긍정 경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사랑과 친밀감, 사랑의 삼각형 이론

긍정 심리학에서는 사랑, 우정, 애착, 유대감 등 인간관계에서 경험하는 긍정적인 체험에 대해 깊이 연구합니다. 그중 사랑은 인간의 삶 속에서 특별히 경험하게 되는 강렬한 긍정적 체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특히 이성 간의 낭만적인 사랑은 강렬한 애정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강렬하게 집착하여 늘 함께 있고 싶어 하는 욕망을 느끼게 하며,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다 줘도 아깝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드는 독특한 체험을 동반한 감정입니다. 그 외에도 친구 간의 우정과 친밀감, 타인과의 신뢰감 등과 같이 인간관계에서는 다양한 긍정적인 체험을 하게 됩니다.

사랑의 유형

사랑이라는 용어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규정짓기 위해 사용됩니다. John Lee(1977,1988)은 사랑의 의미를 내포하는 다양한 그리스어에 근거하여 사랑을 6가지 유형을 구분합니다. 첫째 에로스는 뜨거운 열정과 욕망이 중요한 요소가 되는 강렬한 낭만적 사랑을 의미합니다. 이는 지속적으로 연인을 생각하고, 연인과 하나 되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하며 강렬한 감정과 집착을 나타냅니다. 사랑이 영원하다고 믿으며 사랑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하려는 충동이 개입되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이도령과 성춘향,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있습니다. 둘째, 스토르게는 친한 친구나 동료에게 느끼는 친밀감과 우정이 주된 요소가 되는 동반자적 사랑입니다. 이는 서서히 발달하며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함께 가까이 지내면서 상호 간에 편안함을 느끼고 말이 잘 통하며 관심과 취향이 비슷하여 서로를 잘 이해하는 친구처럼 느끼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셋째, 루더스는 마치 놀이를 하듯 재미와 쾌락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즐기는 유희적 사랑을 의미합니다. 이런 사랑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강력한 집착이나 관계의 지속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돈 환, 플레이보이들이 나타내는 사랑이 루더스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세 가지 사랑을  Lee는 일차적 사랑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러한 3가지 중 2가지가 혼합된 것이 이차적 사랑이고 나머지 3가지 사랑, 즉 프래그마, 아가페, 마니아가 이에 속합니다. 프래그마는 이성에게 느끼는 합리적이고 현실주의적인 사랑으로서, 실용적 사랑이라고 일컫기도 합니다. 사랑의 대상을 선택할 때에도 사랑의 관계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일 수 있는 서로의 조건을 고려하게 됩니다. 즉, 상대방의 성격, 가정배경, 취미, 종교, 교육 수준 등을 고려하여 자신과 맞는 사람을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조건을 고려한 후 상대방을 선택하게 되면, 강렬한 애정과 열정이 동반되기도 하며, Lee는 프래그마를 루더스와 스토르게가 혼합된 유형으로 규정했습니다. 아가페는 무조건적, 헌신적으로 타인을 위하고 보살피는 이타적인 사랑으로, Lee는 에로스와 스토르게가 혼합된 유형으로 규정했습니다. 이는 사랑의 대상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지 여부와 사랑을 주는 것에 대한 보상이나 대가에 상관없이 변함없이 하는 헌신적인 사랑입니다. 따라서 아가페의 사랑은 자기희생이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마니아는 상대방에 대한 강렬한 소유욕과 집착을 중요한 요소로 하는 집착적인 사랑을 의미합니다. 마니아에서는 사랑이 상대방을 완전히 소유하거나 자신이 상대방에서 소유당하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집착하게 되어 강한 흥분과 깊은 절망의 양극단을 오가게 됩니다. 흡사 사랑의 노예가 된 것처럼 상대방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모든 시간과 정렬을 소모하게 되고, 상대방이 자신을 버리고 떠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 의심으로 항상 마음을 졸이게 됩니다.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지만, 조금만 배신의 기미가 보이면 뜨겁던 사랑이 한순간에 증오로 변하게 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Lee는 이 유형을 에로스와 루더스가 혼합된 것으로 규정짓고 있습니다.

사랑의 삼각형 이론

일반적으로 사랑은 매우 다양하고 미묘한 체험이기 때문에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Sternberg(1984)가 주장한 사랑의 삼각형 이론이 사랑의 기본적인 구성요소와 그 다양한 형태를 명쾌하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적어도 한 번 이상 사랑을 해본 경험이 있는 여러 세대의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설문지법과 면접법을 통해 사랑을 연구하여, 사랑이 친밀감, 투신, 열정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첫째, 친밀감은 가깝고 편안한 느낌, 함께 공유함, 원활한 의사소통, 긍정적인 지지, 서로를 잘 이해함 등을 의미합니다. 이는 사랑이 따뜻하고 푸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 '친밀감'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랑의 정서적인 측면을 반영하는 특징인 친밀감은 만남의 횟수와 교제기간에 비례하여 서서히 증가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어느 수준 이상에 이르면 더 이상 증가하지 않으며 서로 친밀하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게 되는 상태로 변한다고 말합니다. 둘째, 투신은 상대방을 사랑하겠다는 결정과 행동적인 표현을 뜻합니다. 투신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랑을 지키겠다는 결정, 선택이며 책임 의식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는 사랑의 차갑고 인지적인 측면을 나타내기도 하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지속되기 위해 자신을 구속하는 행위를 하기도 합니다. 그 예로는 대표적으로 약혼, 결혼이며, 그밖에 사랑의 약속, 맹세, 선물의 교환,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소개하는 일, 상대와 고통스러운 일을 함께 견디고 돕는 일 등이 있습니다. 셋째, 열정은 사랑의 동기적, 뜨거운 측면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는 친밀감과 달리 급격히 발전하는 경향이 있으며, 연인과 함께 있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생리적으로 들뜨게 합니다. 열정은 상대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강렬한 열정을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오래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교제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열정의 강도는 감소하기도 하고 다른 형태로 변화하기도 합니다. 사랑의 삼각형 이론은 사랑의 유형을 분류할 때도 앞서 이야기한 세 가지 요소의 존재 여부에 따라서 8가지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첫째, 비사랑은 세 요소 어느 것도 갖추어지지 않은 관계를 의미하고, 일상적으로 만나서 지나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무의미한 대인관계가 이게 속한다고 규정합니다. 둘째, 우정은 친밀감만 있는 유형으로 친구관계에서 주로 느끼는 우정과 같은 것입니다. 열정과 투신적 행동은 없지만, 따뜻함과 가까움을 느끼는 상태를 말합니다. 셋째, 짝사랑은 열정만 있는 상태로, 친밀감, 투신행위가 이루어질 기회가 없이 짝사랑의 대상을 생각하거나 멀리서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고 설레는 감정을 느끼는 열정을 경험하는 경우를 일컫습니다. 넷째, 공허한 사랑은 열정, 친밀감이 없이 투신행위만 있는 경우를 이야기합니다. 사랑 없이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 사랑으로 결혼했지만 오랜 결혼생활 속에서 열정은 다 식고 잦은 다툼으로 친밀감이나 정은 다 떨어졌지만 자녀를 위해 결혼관계를 유지하는 부부들이 이러한 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섯째, 낭만적 사랑은 열정과 친밀감은 있지만 투신행위가 없는 사랑을 뜻합니다. 서로 친밀하고 열정이 있지만 결혼과 같은 미래에 대한 약속이나 확신 없이 서로 사랑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여섯째, 허구적 사랑은 열정을 느껴 투신하지만 친밀감이 형성되지 못한 경우, 흔히 말해 할리우드식 사랑을 말합니다. 만난 지 며칠 만에 열정을 느껴 약혼, 보름 만에 결혼하는 경우를 말하며, 이런 경우 진정한 의미의 친밀감이 형성되기 힘들고 서로를 깊이 이해할 시간이 부족하여 사랑이 오래 지속되기 힘듭니다. 일곱째, 우애적 사랑은 친밀감과 투신행위는 있으나, 열정이 없거나 식은 사랑을 뜻합니다. 오랜 결혼생활을 한 부부간의 관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 여덟째, 완전한 사랑은 사랑의 세 가지 요소, 즉 친밀감, 투신, 열정을 모두 갖춘 이상적인 사랑입니다. 이러한 사랑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매우 어렵다고 볼 수 있으며, 사랑을 성취한 후 지속하는 것 또한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